영 천 시

투고 - 문화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영천시민신문기자 2023. 3.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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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후 세계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경제규모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적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 세계 각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일부 외국학자들은 ‘신흥갑부, 졸부’ 등의 표현으로 폄하하려 했으나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민족은 ‘한류’라는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한류’는 팝, 드라마, 음식, 뷰티 등의 콘텐츠에 ‘k’를 붙여 ‘k-culture’라고도 부르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부유한 국가는 될 수 있어도 기성 강대국들이 인정하는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k-컬쳐’와 같은 고유의 특색을 지닌 문화가 오랫동안 융성해야 하고 또 그러한 것들이 국제적 수준에서 보편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최강의 정복국가로 이름을 떨쳤던 몽골과 마케도니아도 그들의 영광된 역사를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 남아있지 않아 지금은 그저 약소국가, 군소민족으로 존재하지 아니한가.
우리 영천은 예로부터 충효의 고장이자 문화예술의 본향(本鄕)이라고 한다. 위대한 선현들이 남겨놓은 문화유산과 유물은 넘쳐나고 그분들의 정신과 철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도 공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작금의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하고 발전에 제약이 많으며 네트워크 또한 빈약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이다.

 

영천시민회관 공연중 관중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


동아시아의 독특한 문화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서예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정통서예를 계승하고 독창적인 서풍(書風)을 창작해서 국내외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지역의 인물이 있음에도 제대로된 인정과 지원이 없어 인재육성에 제약이 되고 있으며 지역민들은 이를 잘 알지도 못한다. 염상섭이 지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알아도 영천이 낳은 백신애의 ‘나의 어머니’는 모르고 있는게 우리 지역민의 현실이다. 우리 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자존심이 남아있었다면 근대문화유산인 ‘영천극장’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임진왜란 영천성수복전투’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지역의 사료를 발굴하고 재조명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첫 사례라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영천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위한 사전작업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시에서 용역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80%이상의 시민들이 찬성한다고 한다. 우리 영천은 문화예술 관련시설물이 각 영역별로 산재해 있으며 회의, 강연 등을 포함한 복합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시민회관은 각종 공연에 적합하지 않아 수시로 시설보완과 리모델링을 반복해 왔다. 요즈음 우리 시민들의 사는 형편은 확연히 나아졌지만 정신적 공허함은 커져가고 문화적 니즈는 다양하게 분출되는데 제도권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까지 경상북도 시군 대부분은 자체 문화예술회관을 보유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경산시와 상주시는 최신 시설물로 준공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이제 시작하면 빨라도 2027년이나 되어야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이라도 추진하게 된 것이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영천시민의 정서적 갈증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공연장, 다목적실, 전시실, 창작실, 문화교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설계해서 시민들이 오케스트라, 발레단, 오페라 등 품격있는 공연을 제대로 관람하게 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영역별로 창작·연구, 발표·전시공간을 활용하여 저변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꿈의 무대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영천에 문화예술회관 건립은 당연한 귀결로 여겨지며 짓게 되더라도 인근 지자체와 비교해서 뒤지지 않도록 반듯하게 지어져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영천의 혼을 되살리고 계승발전하려는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돈 있으면 잘 먹고 살 수는 있어도 문화·예술이 없다면 흥도 즐거움도 없다.

 

김영태 영천시 종합민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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