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양정자 명인 짚공예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전통방식 재연

영천시민신문기자 2015. 7.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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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자 명인 짚공예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전통방식 재연

                   고경면 상덕리 줄다리기 전수와 기록 가치 높아

 

 

 

짚은 우리 조상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왔다. 초가집을 짓고 살았고 짚신, 도롱이, 멍석, 삼태기, 망태기 따위의 온갖 민구는 물론 울타리, 두엄 심지어 화장지 대용으로도 짚을 사용했었다. 짚은 조상들의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물건을 만드는 소모성 재료였으며 오래 쓰다 삭고 썩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천연 재료였다. 산모가 진통을 느끼면 정갈한 짚을 한움큼 집어서 산욕기간 동안 바닥에 깔아주었고 또 가난한 사람이 죽었을때 짚으로 만든 거적에 말아서 내다 묻는 것이 예사였다. 이처럼 짚은 오래도록 삶과 죽음의 의식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신성한 어떤 것이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일상 깊숙히 녹아있는 짚 문화를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전통방식 그래로 재연하고자 애쓰는 장인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양정자 명인이 짚공예를 재연하고 있다     문의 010 -6253 - 7409

 

 

70년대 이전의 세대들에게 짚은 아주 익숙하고 낯익은 소재이다. 새끼줄, 또아리, 가마니, 멍석, 짚신, 삼태기 등은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이들이라면 일상에서 쉽게 접하던 짚 용품들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짚을 사용해 직접 물건을 만들어 쓰던 마지막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고 있고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씩 짚 공예인들의 명맥이 끊겨가고 있는 요즈음 짚공예를 숙명으로 여기고 전통적인 재연에 힘쓰는 공예가가 있다. 그가 바로 영천시 조교동 장천마을에서 짚공예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양정자 짚공예 명인이다.

 


양정자 명인은 짚풀공예의 가장 기본이 새끼꼬기와 엮기로 부터 시작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새끼꼬기와 엮기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짚공예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망태, 달걍망태, 이엉, 용마름, 짚신, 짚베개, 동구미, 도투레, 우장(도롱이), 항아리, 멍석 등 옛 생활용품들이 그것이다.
양정자 명인는 짚의 쓰임을 넘어 공예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소머리ㆍ말 모형, 짚탈, 장승. 액세서리 등이다. 이렇게 작업한 양정자씨의 공예품은 한국짚풀공에대전, 농촌진흥청 짚풀공예전 등 각종 공예대전과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기도 했다.
양정자 명인은 다섯번의 짚풀공예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엑스코, 대구컨벤션센터, 러시아 전통공예전시회, 유럽 전시회 등 다양한 합동 전시를 펼쳐왔다. 또 중요무형문화재 장인들과 경북공예협동조합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으며 2013년 5월에는 한국예술문화 짚풀공예 명인(제B-1134-21호)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양정자 명인이 고경면 상덕리 주민들과 줄다리기 짚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짚공예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던 양정자 명인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전통적 짚공예 방식을 전수받고 기록하는 일이다. 1992년 가을에는 지역에서 평생 가마니를 짜왔던 정용달씨에게 가마니짜기 전통방식을 배웠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보관,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고경면 상덕리 줄다리기의 줄 제작 과정을 전수받고 기록하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영천지역을 대표하는 곳나무 싸움은 읍내 뿐만 아니라 작은 고을단위로도 행해졌는데 특히 고경면 상덕리의 줄다리기가 아직까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재연되고 있다. 양정자 명인은 고경면 상덕리 줄다리기 줄의 재연이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전수와 기록 보관 작업을 몇년째 이어오고 있다.

 


“고경면의 줄다리기 줄도 영천의 곳나무 싸움의 줄다리기 줄처럼 새끼를 여러번 겹쳐 꼬아 젓봇대 처럼 두껍게 만듭니다. 특히 잔 새끼줄로 곁줄을 메다는데(사람들이 줄을 당길 때 이 곁줄을 당긴다.) 아주 특징적일 뿐만 아니라 영천지역, 특히 고경지역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어요. 이는 전통문화의 측면에서 보존과 계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죠.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로 전해져오는 이 줄다리기 줄 제작법은 이제 몇몇 집안에서만 알고 있거든요. 그 마지막 세대들이 7~80세의 고령으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죠. 그래서 전문가의 시선으로 채득하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문의 010 -6253 - 7409

 

양정자 명인은 고경면 상덕리 줄다리기 줄을 만드는 황종태 이장과 대대손손 줄을 만들어 왔다던 손계술씨의 큰아드님인 손병희씨를 찾아갔고 이후 줄다리기가 있는 보름이면 상덕리 주민들과 함께 줄 제작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양정자 명인의 집에는 고경면 상덕리에서 만들어 오던 줄다리기 줄 모형 세개가 있다. 큰 줄을 삼기 어려워 모두 축소판으로 재연한 것인데 실제 크기의 10%인 모형이다. 그보다 더 작은 줄다리기 줄은 액자에 걸려 작품으로 전시한 바 있다.


“짚공예가 좋아 시작한 이후로 한번도 곁눈질 하지 않고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경면 상덕리 줄다리기의 줄 제작 방법과 지역에 잊혀져가는 짚공예 전통 방식을 전수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체계적인 교육방법을 통해 후학들에게 이를 가르쳐야 겠지요. 우리 조상들의 삶의 길흉속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짚풀공예가 전통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갔으면 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예술의 장르를 넘어 지역 짚풀공예 전통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양정자 명인의 열정은 아직도 청춘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훨훨타는 열정으로 또 다른 도전들을 실천하고 있는 양 명인의 내일에는 또 어떤 결실이 맺혀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의 010 -6253 - 7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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