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경험은 어렴풋한 것을 뚜렷하게 만든다

영천시민신문기자 2016. 7. 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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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재 영천학사 출신 새내기 사회인 연재글



                    경험은 어렴풋한 것을 뚜렷하게 만든다


                                                                                                                                이정훈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저는 영천동부초등학교, 영천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하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대도시의 사교육은 생각할 수 없던 상황이었고 유일하게 배우는 곳은 학교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두었기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서울로 올라와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비싼 물가와 혼자 지내야 하는 하숙방은 타지 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도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학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건 2008년, 학사가 처음 문을 연 해였습니다. 신설동이란 낯선 동네에서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많은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였고, 되돌아보면 좋은 기억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나태했던 대학시절, 누군가 학사 방의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초췌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을 때, 대학교 면접을 보기위해 상경한 고등학교 후배가 제 이름을 보고 인사하기 위해서 찾아 왔던 것입니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그 때만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후배가 받았을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 ‘나도 나중에 학사를 찾아와서 후배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사줄 수 있고 좋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정훈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학사는 좋은 연결고리입니다. 학사를 나온 지 4년째로 접어들었지만 학사에서 맺었던 인연들을 아직도 소중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많은 아쉬움과 허탈한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처음으로 주어지는 자유가 낯설고 적응하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순간에 조금의 위안과 편안함을 주었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는 현재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만으로 3년, 4년차가 되어갑니다. 지금에서야 개발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정말 재밌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시절, 개발자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렵기만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전공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렇게 무언가에 쫓기듯 입대를 했습니다. 전역을 하고 생각해보니 정말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너무나 작아보였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무엇이든 경험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전공이 아니었던 하드웨어 개발 R&D 센터의 인턴부터 통신사의 네트워크 관리 업무, 소프트웨어 개발업무까지 실제로 실무를 경험하고 나니 어느 정도 알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입사원서를 단 한 장 썼습니다. 경험은 어렴풋한 것을 뚜렷하게 명확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값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보고 더 경험해보면 계속해도 좋을 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경험을 함께 하고 고민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감사하게 여겼으면 합니다. 좋은 영감을 주거나 자극을 주었던 분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사람들.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끝으로 이렇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 많은 분들께 꼭 하고 싶은 아니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항상 저의 물질적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나의 가족들과 선·후배·동기분들, 그리고 영천학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서울의 편안한 보금자리로 운영해주시는 영천시와 시민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 역시도 앞으로 받았던 많은 것들을 되돌려주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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