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서를 찾아

영천시민신문기자 2013. 7. 29. 20:00
반응형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서를 찾아

 


지난주 나는 가까운 친지와 청송 주왕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주왕산 가는 도중 교통이 매우 혼잡하여 차를 돌려 청송 진보면 방향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진보 검문소에서 영덕방향과 영양방향 삼거리에서 영양 석보 방향 4km지점에 있는 석보 문화마을을 우연히 찾게 되었다.


석보 문화마을은 영양군 석보면 원리 뒤편에 아주 오래된 고택 여러 채와 신주거지가 있는 곳이었다. 잘 정리 정돈된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 재랭이씨 집성촌의 유물관 서당 등을 보니 당시 대단한 가세와 세력을 유지하고 지낸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새로이 건립한 이문열 작가의 문학관은 중후한 한옥으로 자행의 옥족 건물이 단아하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기품이 넘쳐나며 하루라도 이 집에서 살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문학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배기에 잘 생긴 비문 하나가 발길을 잡았다. 이 비문에는 안동 장씨 정부인 불천위 비문으로서 정부인 안동 장씨의 비문은 한자를 각인되어 잘 해석하지 못하고 돌아서려하는데 마침 그 자리에 나온 재랭 이씨 이병태 씨의 설명을 듣고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정부인 장씨(장계향)는 1598년 11월 24일 안동 금개리에서 태어났다. 19세때 재랭이씨 석계 이시명 선생과 결혼했으며 공적이 뛰어나 나라에서 불천위로 모시게 되었고 83세로 서거하시였다고 한다. 시, 문예, 서화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며 7남3녀를 훌륭하게 키웠다는데 특히 마고에 빛나는 조선 시대의 감동의 요리서 ‘음식다미방’을 저술로 유명하다. 이 책은 정부인이 일흔이 넘는 연세에 저술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여자가 지은 요리 책으로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고 서양에서도 유래가 흔치 않은 것이라고 한다.


거기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146종의 조선 중후기 사대부가의 요리를 300년이 지난 뒤에도 여기 기록된 방법대로 하면 거의 재연할 수 있도록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10년 넘게 도산서원 도유사를 지낸 대유와 시의 권력 서열로 보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이조판서 그리고 묵제, 향제, 평제 등의 학자를 아들로 둔 칠순의 대가집 마님이 침침한 눈으로 평생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유가의 전통으로 보면 크게 쳐주지도 않을 조리서를 쓰고 있는 안동장씨 정부인을 생각하면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정부인을 참고하자면 재랭이씨 후손인 작가 이문열은 소설 ‘선택’을 통하여 조선 중기 한 여성의 삶을 정체 있는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진정한 현모양처의 가치와 의미를 오늘에 되살려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반페미니즘이라고 지적하여 화제에 오르기도 하였다. 장씨 부인은 현대에 살고 있는 단순한 소설이기보다 실존하는 역사의 인물에 대한 전기로서 큰 감명을 주는 작품이었고 그것은 여행 후에 내가 소설 ‘선택’을 읽게 된 동기이기도 했다.
신규덕 시민기자 

 

반응형